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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노동자2호 - 노동자가 1회용 건전지인가?

작성자
노건투
작성일
2015-06-08 18:20
조회
795
[1면]

단결의 서막이 열리다

5.14 현대중공업 원하청 공동투쟁

 

“원하청구조조정 중단과 총고용 보장을 위해 … 원하청노동자의 동일한 임금인상투쟁 승리를 위해 함께 어깨 걸고 힘차게 투쟁할 것을 결의한다.”

5월 14일, 현대중공업노조와 현중사내하청지회의 깃발이 나란히 나부끼고 있었고 원·하청 조합원이 공동으로 낭독하는 결의문에 3천여 명의 노동자가 화답했다.
이제 시작이다

5.14 원하청공동투쟁 결의대회는 그동안 전개해왔던 사내하청노조 집단가입운동의 첫 결실이다. 그동안 원하청노조의 집행간부들은 물론 대소위원과 조합원까지 하청노동자의 노조가입운동을 함께해왔다. ‘안 된다’, ‘불가능하다’는 편견이 가로막았던 현장을 뒤흔든 역사적인 이 사건은 ‘이제 시작이다’는 결의로 이어지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이날 결의대회를 막기 위해 수많은 방해공작을 펼쳐왔다. 공문을 통해 결의대회 자체를 불허하고 모든 수단을 동원해 막겠다고 엄포를 놨다.

업체는 하청노동자가 식당에서 벌어지는 중식선동을 보지 못하도록 점심을 도시락으로 주고, 저녁에 식당가를 찾아다니며 노조가입을 설득하는 지역의 동지들을 만나지 못하도록 억지로 잔업을 시켰다.

정규직에게는 자기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면서 하청 조직화로 힘 빼고 있다는 말로, 하청에게는 하청노동자를 이용하다가 결국 버릴 것이라는 말로 이간질을 해왔다.

하지만 결국 이 모든 엄포와 방해를 뚫고 원하청노동자가 모인 것이다. 이 얼마나 뿌듯하고 역사적인 날인가.

 

노동자가 만든 힘

현대중공업은 감히 5.14 결의대회를 막지 못했다. 4월 23일 경비대를 동원해 임투출정식 무대설치를 막았던 회사가 이날은 감히 손을 대지 못했다. 사전에 ‘집회 불허’를 통보해놓고도 어쩌지 못한 것은 현장의 분위기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사내하청노동자를 조직해야 한다는 추상적 당위가 정규직 조합원 스스로 하청노동자를 조직하는 구체적 현실이 되었다. 원청의 서슬 퍼런 블랙리스트와 폐업의 공포에 짓눌렸던 하청노동자들이 서서히 노동조합으로 뭉치려 하고 있다. 이런 현장의 변화는 현대중공업 사측을 주춤하게 만들었다.

조합원과 소통하지 못한 채 노조지도부만 결단해 하청노조 집단가입운동을 했다면 이날의 결의대회는 어떻게 됐을지 모른다. 조합원 스스로 움직이고, 또 그렇게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한 지도부가 조합원과 하나가 됐을 때 진정한 민주노조의 힘이 나온다.
다음 발걸음

현중노조와 사내하청지회는 1차 하청노동자 노조집단가입운동을 마무리하며 이후 더 조직적인 운동을 계획하고 있다. 단 한 번의 일회성 캠페인으로 끝내지 않고 지속적인 공동사업을 통해 진정한 원하청 공동투쟁을 이루려고 노력하고 있다. 원하청노조가 이제는 ‘가자! 거제로’를 외치며 5.30 전국조선소노동자 결의대회를 조직하고 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6월과 7월로 이어지는 2차, 3차 조직화 계획을 공동으로 세우고 실천하는 진정한 민주노조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같은 민주노총 소속도 아닌 두 개의 노조가 노동자의 단결이라는 대의로 함께하고 있는 모습은 많은 사업장의 노동자들이 배우고 함께 해야 할 소중한 실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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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뒤흔드는 자동차노동자 파업물결

5월 14일부터 터키 최대 공장인 오야크 르노공장에서 노동자 5,000명이 임금인상을 위해 파업했다. 노동자들은 밤낮으로 공장을 점거했고 주말에도 점거농성파업을 이어갔다.

그러자 이탈리아 피아트그룹 계열사 토파스 공장에서도 4,500명이 연대파업에 들어갔다. 곧이어 르노 부품업체인 코스쿠노즈 공장 2,000명과 마코 공장 1,200명도 파업했다. 델파이, 발레오 공장 노동자들도 가세했다.

현대차, 포드 등 다른 산업도시의 노동자들한테도 불이 옮겨 붙었다. 특히 이스탄불 근처 이즈미트시에 있는 포드공장의 노동자들은 임금인상과 해고자 복직을 요구하며 20일에 파업을 시작했다.

5월 23일에 르노 사측이 파업을 중단하면 일시금을 주겠다고 회유했지만, 파업노동자들은 당당하게 거부했다. 이런 고무적인 파업물결은 자동차 노동자들 속에 얼마나 큰 잠재력이 있는가를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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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면]

정규직이 살겠다고 비정규직 내쫓아야 하나?

1조립 차체에서 2, 3차 업체가 담당하던 지게차 업무가 6월 1일부로 정규직으로 이관된다고 한다.

과거에는 모두 정규직이 했으나 여러 이유로 외주화, 도급화했던 것이다. 이제라도 다시 직영화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문제는 그 업무를 담당해왔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내쫓고, 그 자리에 정규직이 들어간다는 것이다.

정규직이 살기 위해 비정규직을 내모는 건 반노동자적이다. 부평공장 곳곳에서 벌어지는 이런 일은 군산공장의 축소판과 같다.

그러나 다른 방식도 있다. 예를 들어 이번 지게차업무 이관에서 정규직 투입은 2,3차 업체인 쓰리맥스 AB조 각 3명보다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해고할 것이 아니라 그들을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더 필요한 인원에 한해 기존 정규직을 투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단 한 명도 짤라선 안 된다

잇따른 대법원 판결이 보여주듯, 대공장 사내하청은 모두 불법파견이다. 이들은 처음부터 정규직이었다고 간주해야 한다. 지금이라도 즉시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런데 정규직화해야 할 동료를 어떻게 내쫓는단 말인가?

오늘 비정규직 동료 짜르는 데 눈감아준다면, 내일은 정규직 동료 정리해고에 눈감을 것이다. “단 한 명도 짤라선 안 된다”고 외치고 싸워야, 우리 모두 함께 살 수 있다.

 

보람자원 노동자들에게 따뜻한 손길을!

부평공장 안에는 1,2,3차 업체 노동자 외에도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가 일하고 있다. 그중에 폐기물을 수집하고, 운반하는 보람자원 노동자들이 있다. 작년에 금속노조에 가입했던 이들이 최근에 비정규직 지회로 소속을 변경해 투쟁을 시작하고 있다.

미지급된 연차수당을 돌려받고,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취업규칙을 게시하게 했지만 딱 거기까지다. 사측은 여전히 최저임금을 고집하고 있고, 여름휴가도 연차로 대체하고, 보직변경으로 탄압까지 하고 있다.

보람자원 노동자들을 비롯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단결투쟁하고, 공장노동자 전체가 연대해 오만한 보람자원 사장의 콧대를 꺾어놓자.

 

노동자가 1회용 건전지인가?

군산공장 비정규직 노동자 500여명이 4월에 유‧무급휴직 형태로 ‘희망’퇴직당했다.

군산시청 등이 ‘희망드림센터’를 통해 5월 22일 기준으로 다른 사업장에 재취업시킨 인원은 고작 30-40명뿐이다. 재취업이라고 해봤자 근속은 당연히 인정되지 않고, 대부분 더 작고 더 열악한 작업장일 게 뻔하다.

“짧게는 4년 길게는 13년까지 청춘을 다 바쳐 일했는데, 이제 필요 없으니 나가라고 하네요. 억울하고 너무 분통합니다.”(진제환 군산공장 비정규직지회장)

이처럼 노동자들을 쓰고 버리는 1회용 건전지처럼 취급하는 것이 자본의 생리다. 다음은 그 적나라한 사례다.

군산공장 자본가들은 기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3개월 휴직으로 내쫓은 자리를 채우려고, 원광대 자동차학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3개월 알바(8시간 143만원) 채용 공고를 냈다.
노동자의 진짜 희망은 어디에?

군산공장에서 비정규직지회가 만들어지자 자본가들은 지회를 깨려고 발악하고 있다. “너(조합원) 때문에 폐업한다” 따위로 협박하고 노동자들을 분열시키면서 노조 탈퇴 공작을 맹렬히 벌이고 있다. 하지만 비정규직 노동자 10여명이 노조 깃발을 꿋꿋하게 지키고 있고, 선전활동을 끈질기게 펼치고 있다.

처음엔 규모가 작더라도 굳게 단결해 싸우는 것, 여기에 노동자의 진짜 희망이 있다. 부평공장에서도 지금부터 똘똘 뭉쳐야 앞으로 닥칠 위기 때 건전지 신세를 면하고 노동자의 권리를 당당히 쟁취할 수 있다.
인도 이전 협박이 노리는 것

5월 4일 로이터통신은 GM 해외사업부문 사장(스테판 자코비)의 인터뷰를 보도하면서 GM이 아시아지역 생산기지를 한국에서 인도로 옮길 수 있다고 했다. 호샤 사장이 곧바로 인도 이전설은 사실 무근이라고 해명했지만, 이런 한국 철수설은 오래 전부터 GM이 노동자들을 협박하는 데 써먹은 단골 메뉴였다.

그리고 실제로 GM은 2011년 81만대, 2013년 78만대, 2014년 63만대로 한국공장 생산량을 계속 줄여왔다.

GM은 인지도만이 아니라 이윤 탐욕과 협박 기술에서도 세계 정상급이다.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생산기지를 옮기느냐 아니냐가 아니라 이윤의 탑을 하늘 높이 쌓기 위해 노동자의 피땀을 무자비하게 쥐어짜내는 것이다.

자코비 사장은 “지난 5년간 인건비가 50% 오른 곳은 한국이 유일하다”, “인도는 인건비가 낮아…” 운운하며 “한국 공장을 닫을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선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했다.

결국 인도 이전설이 노리는 건 노동자들을 협박해 인건비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임금 깎고, 비정규직부터 짜르는 데 동의하지 않으면 한국 공장 문 닫고 인도로 가겠다고 협박하는 셈이다. 최근에 이런 협박이 잦아지는 건 단결투쟁력이 약해지고, 노사협조주의가 강해졌기 때문이다. 현장에서부터 단단한 단결투쟁력을 조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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