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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엠부평 진짜노동자] 18호 - 부평공장을 군산공장처럼 초토화하겠다는 사측

작성자
노건투
작성일
2016-03-25 17:06
조회
315

부평공장을 군산공장처럼 초토화하겠다는 사측

최근 제임스김 사장은 경영설명회, 사장과의 대화 등을 통해 이런 메시지를 던졌다. “GM 해외사업부문 공장 중에서 한국지엠 생산량이 13.4%를 차지하는데 모두 고비용공장이라 비용절감이 필요하다. 작년 영업 총정리 결과 순이익이 –7,170억으로 큰 적자가 났다. 작년에 내수 목표량에도 미달했고, 특히 수출에서 24만대나 감소했다. 물량에 따라 잡다운해야 한다. 정규직 인원이 남는데 비정규직 공정을 인소싱해서 정리하겠다.”

그리고 어느 현장조직 유인물에 따르면, 사측은 부평1공장에서는 19년부터, 부평2공장에서는 18년부터 1교대로 전환할 계획까지 세우고 있다.

비정규직을 먼저 대거 자르고, 정규직도 1교대로 전환해 기본 생계조차 위협하는 ‘군산공장 모델’을 부평공장에서 실현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제대로 맞서려면 상황을 세계적으로, 역사적으로 조망해야 한다.

 세계 자동차 시장이 얼어붙고 있다

올초부터 국내 자동차 기업들의 내수와 수출, 생산량이 전년 대비 감소했다. 정부에서 개별소비세 인하를 6개월 연장했지만, 얼어붙은 내수는 풀릴 기미가 안 보인다. 1,200조원에 이르는 가계부채로 차를 살 여력이 만만치 않은 것이다.

수출시장도 어렵다. 유가와 주요 원자재값 폭락으로 러시아, 브라질을 비롯한 주요 신흥국 경제가 곤두박질치고 있다. 중국자동차 시장도 수년 동안 고성장을 이어왔지만, 과잉설비투자와 경제위기가 겹치면서 대대적 구조조정이 예상되고 있다.

상황은 분명하다. 세계 경제불황은 더욱 심해지고 있으며, 위축되고 있는 자동차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기업들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그 화살은 노동자들에 대한 대대적인 비용절감과 구조조정 공격으로 이어질 것이다.

한국지엠은 이미 구조조정 백화점

이미 지엠은 지난 수년 동안 플랫폼을 통합하고, 연구 개발권을 이전하며, 글로벌 생산 체계를 구축해왔다. 이 과정에서 걸림돌로 작용했던 노조에 대한 탄압과 대대적인 구조조정도 단행했다. 미국과 유럽에서 수십 개 공장을 폐쇄하고, 수만 명의 노동자를 쫓아냈다. 그 빈자리는 대부분 노조가 없는 비정규직으로 채웠다.

한국지엠의 운명도 이런 GM의 손바닥 위에 놓여있다. 팽팽 잘 돌아가던 군산공장은 1교대 전환 후에도 가동일이 절반도 되지 않는다. 임팔라 생산은 사실상 물 건너 간 것 아니냐는 보도까지 나오고 있다.

연구개발의 주축을 담당하던 사무직도 지난 수년간 650여명이 희망퇴직으로 나갔고, 신규 프로젝트는 거의 중단된 상태다. 정년퇴직한 만큼 해야할 신규채용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

생산의 주요 축을 담당하는 비정규직의 처지는 더욱 위태롭다. 이미 군산에서 1000명가량이 순식간에 쫓겨났다. 군산에서 크루즈 후속이 나올 계획인데, 물량이 별로 없어 비정규직 100여명의 해고가 예상된다고 한다. 비용절감을 위해 최저입찰제를 도입하면서 고용과 노동조건이 극도로 불안해지고 있다.

 무엇을 준비할 것인가?

우리는 군산 공장의 경험을 통해서 거듭된 양보나 비정규직 밀어내기로는 GM의 공격을 막아낼 수 없다는 걸 알았다. 신차 양산이나 물량 확보 요구도 GM의 말바꾸기에 따라 언제든지 종이쪼가리로 구겨질 수 있음을 확인했다. 그렇다면 무엇을 내걸고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먼저 물량 문제는 전적으로 회사의 책임이다. 반대로 말하자면 우리 모두는 물량과 상관없이 생산의 주인으로서 총고용과 생존권을 보장받을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물량 감소에 맞서 인원 감축 없는 잡다운을 요구하고, 그렇게 노동강도를 완화시켜 건강권을 확보하자. 그리고 물량 감소에 맞서 8+8, 더 나아가서 7+7에 기초한 노동시간 단축을 요구하자.

7+7은 불가능한 꿈이 아니다. 두원정공은 수년 전부터 실노동시간 기준으로 보자면 7+7 주간2교대를 실시하고 있으며, ‘주 35시간제’로 유명한 프랑스 자동차공장들도 대부분 7+7 주간2교대를 실시하고 있다.

노동시간이 줄어들면 임금도 줄어들어야 하는가? 아니다. 임금삭감 없는 월급제 쟁취로 생존권을 확보하자. 물론 만만치 않다. 그러나 이것 말고는 GM의 공격에 맞서 우리 모두의 총고용과 생존권을 지켜낼 방법이 없다. 그렇다면 이 요구를 쟁취하기 위해 온힘을 집중해야 한다.

그 출발점은 바로 정규직과 사무직, 비정규직이 하나로 단결하는 것이다. 특히 비정규직과 “단결하느냐 배신하느냐”는 민주노조 운동의 대의와 명분을 가지고, 함께 살기 위해 투쟁할 것인가 아니면 자기 밥그릇만 챙기다가 결국 사회적으로 고립당하며 비참하게 패배할 것인가의 갈림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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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실태조사를 원하청 단결의 계기로 만들자

비정규직 실태조사의 일환으로 진행된 원하청 공동 노동안전 실태조사가 부평공장에서 지난주에 처음으로 실시됐다. 비정규직이 어디에서 일하는지를 파악하는 비정규직 지도를 만들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비정규직의 노동안전 실태를 파악해 개선을 요구했다.

이번 주엔 임금 등에 대한 종합적 설문조사를 통해 비정규직이 처한 상황을 종합적으로 파악해 상대적으로 더 힘들고 위험한 공정을 보다 안전하게 개선시키고 저임금과 고용불안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집단적인 힘을 키워 나가도록 조직화하는 일련의 작업을 진행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런 일을 비정규직 지회와 정규직 지부가 함께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 큰 의미를 갖는다. 만약 더 많은 노동자가 적극 참여할 수 있다면, 이런 사업은 원하청노동자의 단결을 만들어내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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