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프다 아프다 아프다
양 회 동
낮빛 찬 은하계 저편 별무리 돋기 전에
광고판 구조물 위 허공에 두개의 인공별이 반짝인다
지엠대우 철옹성의 이준삼 별, 황호인 별이....
겨우 지상 8미터의 높이가 수천리 거리처럼 멀고 멀어
음식을 전하기도 마음을 전하기도 말을 건네기도 어렵다
아프다, 속 시원치도 않게 가슴이 욱 하며 아프다
똥, 오줌 어떻게 싸고, 잠은 어떻게 자냐고 누가 물을 때 아프다
한줌뿐인 초라한 밥통달린 줄을 끊으려고 사악한 하수인들이
헬멧에 복면 쓰고 낫 들고 설치는 꼴을 보며 분괴하여 아프다
그 더러운 실랑이를 간신히 뚫어, 끌어올린 밥통을 손에 쥐고
무슨 상념으론가 음식을 곱씹었을 두 동지를 생각하니 아프다
반토막낸 드럼통속의 뜨거운 장작불의 열기가
호롱불 열기만큼 이라도 저곳까지 못 미치는 것이 아프다
고개 들어, 군중 속에 고독할 두 사람의 형체를 올려보며 아프다
동료들이 침묵하고, 남의 일처럼 말하고 구경꾼처럼 지나칠 때 아프다
겨울옷 껴입고 춥다하고, 원 없이 밥 먹고 술 먹고 놀면서도
막상 농성장에 오면 가슴아파하는 이 간사스런 마음 땜에 아프다
복직하겠다고 3년을 넘게 이것저것 용쓸 건 다 써보고도
또 저 곳에 올라갈 수 밖에 없는 우리 비정규직들의 현실이 아프다
저들의 사랑하는 부모와 형제를 생각할 때 아프다
분명코, 분명코 이 문제를 책임질 자들에게도 자기의 새털 같은 아픔을 함께
위로해 줄 사랑하는 가족이 있을텐데 생각하면 이 매정함이 아프다.
무엇보다도 아프고도 아픈 건
이 싸움이 하루라도 길어지고 또 시간이 기약 없이 흘러서
추위와 무력감에 두 사람의 몸과 마음이 절망으로 깎일까봐 아프다
여기 모인 연대의 마음과 연대의 정신이 승리의 희망을 잃을까봐 아프다
이 시는 지난 1월 12일 촛불시낭송 때 대우 정규직조합원 양회동님이 낭송하신 시입니다.
|
[110117] 고공농성 48일차 지회장 단식 29일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