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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벌레
조 혜 영
어느 날 한 무리의 자벌레 떼들은
그의 몸을
움츠렸다 펴고 다시 폈다 접으며
한자 한자 일보일배 정진을 하며 걸었다
그곳에 다다르면 무엇이 있는지
누가 기다리는지도 모른 채
오직 밥과 먹이를 찾아서
그리고
끝내 두 마리의 자벌레가 다다른 곳은
더 이상 올라갈 수 없는 허공이었다
두 마리의 자벌레가 내려다보는 세상은
참으로 어지럽고 무서운 곳이었다
올라갈 땐 기를 쓰고
목숨 걸고 올라갔지만
더 이상 올라갈 기둥도 사다리도 없어서
매일 밤 찌르레기처럼 울기도 하고
귀뚜라미가 되어
축축하고 어두운 구석에서
풀벌레소리로 노래도 불러 보았다
어느 날은 자신도 소스라치게 놀라며
소쩍새 두견새 울음소리를 내며
피울음을 울기도 했다
어느 날 아침
눈을 뜬 두 마리 자벌레
땅에서는 언젠가부터 수많은 자벌레들이
자신들이 그랬던 것처럼
몸을 뒤척이고 있었다
맘이 급한 자벌레들은 삼보일배하며
꾸역꾸역 모여들었고
우리가 올라온 기둥을 쳐다보며
손짓을 하고 발을 구르며
소리 지르기 시작했다
오늘도 두 마리의 자벌레는
밑에서 출렁이는 자벌레 떼들을 보며
몸을 접고 펴고 다시 폈다 접으며
자신들의 영역을 지키고 서 있다
수많은 자벌레 떼들이
두 마리의 자벌레가 있는 곳으로 오른다
이제 두 마리의 자벌레는
그들의 등을 타고
다시 땅으로 내려올 것이다
급하지도 않고 서두르지도 않고
한자 한자 정확한 몸길이로 흔적을 만들며
끝내 그들이 태어났던 보금자리로
돌아갈 것이다
가면을 벗겨라
조 혜 영
글로벌 리더 GM대우가
비정규직노동자들이 내건 현수막에
가려져 있다
아니, 도적놈처럼 숨어 있다
금방이라도 밖으로 튀어 나와
다시 노동자들의 밥줄을
걷어치울 것만 같다
밧줄을 더욱 세게 당겨라!
거리 곳곳에 걸려 있는 수많은 현수막이
세찬 겨울바람에 엉엉 소리 내어 운다
마치 고공에서 외치는 동지들의 구호처럼
밧줄을 더욱 세차게 동여매라!
사방팔방 팽팽하게 당겨 묶어라!
글로벌 리터 GM대우가
먼발치에서 웃고 있다
동면에 들어간 들짐승처럼
꽁꽁 숨어 겨울잠을 자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봄을 기다릴 수 없다
봄이 오기 전에 저들의
곤한 겨울잠을 깨워야 한다
망치로 오함마로 두들겨서
그들만의 토굴을 부숴야 한다
현수막 뒤에 가려져 웃고 있는
그들의 가면을 벗겨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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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113] 고공농성 44일차 지회장 단식 25일차 차량시위 퇴근선전전 천주교미사 [1]